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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지름

소니 워크맨 NW-ZX707 + 기타등등 질렀음

김치맛보드카 2024. 4. 16. 17:09

흔히 음향 쪽 취미 하면 돈깨나 있는 '아재'들의 전유물로 생각되기 쉽다.

실제로 성능 좋은 음향 기기들은 수십은 우습고 수백, 수천도 어렵지 않게 찍는 가격을 자랑하므로.

물론 입문용이나 중급기 정도 수준이라면 일반인들도 그런대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비싸다.

필자 또한 이전부터 어느 정도 이 바닥에 관심이 있기는 했었으나, 예산의 부족으로 좀처럼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눈 딱 감고 지른 것이 바로 이 NW-ZX707이다(이어폰은 수월우 카토).

원래는 찍먹해보자는 생각으로 꼬다리 DAC를 구매하여 사용해보았으나, 예상보다 빠른 배터리 소모율과 꼬다리 특유의 치렁치렁한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왕 발을 들여놓은 이상, 조금 무리해서라도 DAP를 사용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추린 후보는 FiiO의 M11S, 아스텔앤컨의 SR35, 마지막으로 본 기종인 ZX707이었다.

아스텔앤컨의 경우 아실 분들은 다 아실 만한 국내 기업 아이리버가 만든 고급형 브랜드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다 죽어가던 아이리버를 가사회생시킨 주역으로 알려져있다.

좀 더 상급기로 가면 디자인이 훨씬 괜찮아지긴 하지만 가격이 괜찮지 않고.

때문에 약간 관심이 가기는 했으나 특유의 반드로이드와 느려터진 처리속도, 무엇보다 호불호가 심히 갈릴 듯한 특유의 디자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패스했음.

M11S는 훨씬 괜찮은 디자인과 뛰어난 가성비, 쾌적하다고 하는 사용성까지 더해져 구매 직전까지 갈 뻔 했으나 알고보니 얼마 전에 후속기 격인(정확히는 M11 Plus의 후속기)M23이 나왔고 이걸로 구매할까 싶었다.

근데 막상 지르려니까 이번에는 소니 워크맨이 신경쓰이는 것이었음.

암만 '차이파이'의 가성비가 좋다 한들, 필자에게 있어 소니의 갬성을 따라올 수준은 되지 못 했다.

성능이야 더 좋겠지만 결국 계속해서 미련이 남을 것이었고, 특히나 워크맨의 경우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기기였기에.

그래서 결국 질러버렸음. 

 

자체 워크맨 어플로 들을 경우 평범한 UI 외에도 이렇게 테이프 화면을 띄워 놓아 초창기 워크맨 느낌을 낼 수 있다.

음원의 포맷에 따라 테이프의 종류도 조금씩 바뀌는 디테일은 덤.

카세트 테이프 헤드가 돌아가는 모습이 은근히 갬성 돋기는 하지만 필자는 애니송 위주로 듣기 때문에 뭔가 분위기 상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냥 꺼놓고 쓴다.

그래도 'GOD KNOWS...' 라던가 케이온 노래들처럼 밴드곡 느낌이 나는 것들은 나름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고.

대충 40여 곡쯤 채우고 보니 상당히 오래된 곡들이 많은 탓에 역시 나이가 들었나 자괴감이 들었다.

대학 입학할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26이라니, 나도 '아재'니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싫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라던가, '럭키스타' 라던가, 요즘 중고딩들은 제목이나 들어봤으면 다행이려나.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필자가 입덕한 시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쯤으로 나름 이른 편이라고는 생각함.

여지껏 살면서 걸그룹이나 외국 노래에 열광했던 적도 거의 없었고, 애시당초 크게 관심도 없었으니 아는 노래라고 해 봐야 애니송이나 몇 안되는 액션 영화 OST, 외국 군가 몇 곡 정도가 전부인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물론 그러한 지식(?)의 편향성을 후회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결국은 그게 나한테는 추억의 노래라는 얘기일 뿐.

사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양산형 러브코미디나 이세계물이 너무 많았던 탓에 딱히 이거다 싶은 것도 별로 없고, 애니 자체는 재미있더라도 삽입된 곡(특히 OP/ED)은 그다지 취향이 아닌 경우도 많아 어쩔 수 없다.

소니제 DAP들의 공통된 단점으로 단자 출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 이어폰 위주로 듣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다(이어폰 정도는 충분히 울려주고, 헤드폰도 자사 제품이라면 문제 없음.). 

단, 어지간해선 하이게인 옵션을 켜주는 것을 추천한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만큼, 자체적인 스크린샷도 가능한데 딱히 외부 물리키에 단축키를 배정한 것 같지는 않다.

전원키 길게 눌러서 뜨는 옵션에 스크린샷이 있어서 그걸로 찍어도 딱히 크게 불편하진 않으나 번거롭긴 함.

이전에 엑스페리아 1 III를 1여년 간 실사용한 경험 덕분인지 순정 기반 안드로이드 자체는 익숙하다. 

기기 자체가 최근에 출시된만큼 버전은 13 '티라미수'로 최신인 14 '업사이드 다운 케이크' 바로 직전이다.

최신 스마트폰들에 탑재된 안드로이드가 기기와 일체화되어 능력을 극대화하는 느낌이라면 이쪽은 음악 감상이나 간단한 작업 외에는 불가능한 스펙이라 말 그대로 단순히 기기를 구동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느낌.

그렇다고 속 터질 정도로 느리다거나 하지는 않고, 한 박자씩 느린 것 같으면서도 그런대로 쾌적하게 사용 가능하다.

다만 터치감의 경우 그다지 썩 좋다고는 하지 못 하겠음.

인식률이 구리다거나 하다는 말이 아니라 마치 키오스크나 무인 발행기를 쓰는 그런 감각이다.

음향 관련 외의 요소에는 최소한이나 그나마 불편하지는 않을 정도의 투자만 한 기기라고 볼 수 있겠다.

대신 음향 부품은 상급기인 NW-WM1AM2(일명 흑덩이 2)의 것을 가져와 사용하여 '흑덩이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지.

뭐, 급나누기 확실한 소니인만큼 그럼에도 둘의 음원 재생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하나... 쾌적하게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ZX707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흑덩이 2의 경우에도 또 그보다 상위급 기기이자 하이엔드인 NW-WM1ZM2(일명 금덩이 2)의 부품을 다수 차용하여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소프트웨어로 급나누기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카더라.

 

충전은 보시다시피 USB A to C 케이블을 PC에 연결해서 한다.

설명서의 내용도 그렇고, 소니 측에서는 PC에 연결해서 충전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상정하지 않은 듯하다.

다시 말해 요즘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용 고속 충전기로는 충전하지 말라는 것이다.

애초에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는 얘기도 없을 뿐더러 괜히 보드만 날려먹을 확률이 높으니 번거롭더라도 어쩔 수 없음.

2023년에 출시된 기종치고 너무 보수적인 게 아닌가 싶지만 결국 제조사 마음이니...

근데 뭐 고속 충전 지원한다는 DAP들도 보통은 15W 가량이 최대라 요즘 고속 충전기와는 안 맞는다.

나름 보수적이라는 삼성 갤럭시도 25W고, GaN 충전기들은 65W나 그 이상도 지원하는 시대니까.

FiiO M23이 최대 30W까지 지원한다고 알고 있는데 만일 밖에서 노래 들을 일이 많다면 이쪽이 나을 것 같다.

그나마 지금은 정규 입출력 단자로 나와서 다행이지, 조금 예전 기기들은 소니 독자 규격 단자를 써서 전용 케이블이 필요했었다고 하니 소니의 독자규격 사랑은 정말 못 말린다.

그렇게 시도했던 독자규격들이 거의 하나같이 폭망한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말이지.

블투 헤드폰이기는 하나 WH-1000XM5의 경우에는 최대 27W 고속 충전을 지원하니 신형 워크맨을 출시한다면 그 때는 지원하지 않으려나 조금은 기대해 본다.

그 외에는 파일 전송을 한다거나 워크맨 자체를 DAC처럼 쓸 수 있는 기능도 있으나 굳이 사용할 일은 없을 듯.

 

마지막으로 ZX707 이전에 구입하였던 물건들이다.

처음 찍먹할 당시에는 수월우 던프로와 AKG N5005(일명 오공이)만으로 감상해보려 했으나, 알고 보니 오공이는 애니송과는 그다지 조합이 맞지 않는 이어폰이었고 그렇게 카토를 들여왔다.

오공이의 성능 자체는 이미 여러 음향기기 커뮤니티나 사이트에서 평가받은 대로 공간감이 풍부하고 해상력(?)도 쨍한 게 상당히 좋은 이어폰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음에서의 치찰음이 거슬렸다.

오공이 사용에 가장 큰 걸림돌인 정착용 관련 이슈는 의외로 내 귀가 이상한 건지 나름 편안하게 잘 맞았음.

하이 부스트 노즐에 흰색 이어팁을 끼우니 그런대로 좀 나아지긴 했으나 태생적으로 성향이 다른 물건이라더라.

카토의 경우에는 회사 자체가 씹덕 컨셉이라 오공이보다 성능 자체는 떨어지는 듯해도 조합 자체는 잘 맞는 듯하고.

무엇보다 '사에카노'의 진히로인 카토 메구미의 복장을 입은 자사 마스코트 캐릭터가 그려진 박스 아트가 마음에 든다.

해당 제품 이름이 카토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황동 노즐에 흰색 이어팁을 끼워서 사용하고 있다.

귀에 맞지 않을 경우 아즈라 이어팁을 추가로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기본 이어팁으로도 괜찮았음.

KA13은 던프로와 같이 추천되는 가성비 DAC이기도 하고 비교해볼 목적으로 구매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마감 수준이라던가 디자인 면에서 던프로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초에 던프로는 더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특유의 그 구멍 뚫린 디자인은 좀 아니라고 생각함.

기본 제공 케이블도 만듦새가 별로라는 평이 많아 대체 케이블 몇 가지 사느라 돈 좀 썼고.

DAP를 들였으니 안 쓸 것들을 정리할 예정인데, 특히 오공이의 경우 정발판은 해당이 없어도 직구판의 경우 국내 전파법에 따라 1년은 묵혀야 중고로 팔 수 있다는 게 걸린다(다름 아닌 블루투스 케이블이 있기 때문.).

DAC도 던프로는 일단 내놓을 거고, KA13은 예비로 가지고 있을까 말까 고민된다.

UAPP(USB Audio Player PRO)까지 질러버려서 그냥 다 처분하기는 뭔가 아깝기 때문에... 

ZX707은 당연히 이대로 계속 쓸 생각이고.

애초에 타사 DAP들이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한들, 워크맨이 아닌 이상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플식 갬성 장사를 극혐하면서도 소니의 갬성 장사에는 말려든 게 필자다(게다가 이쪽이 원조다.). 

워크맨 쓰는 사람들 보면 신형 기기가 나올 때마다 갈아타며 몇 시리즈씩 이어서 사용하곤 하던데 한번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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