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은 자택 경비원

<탑건: 매버릭> 보고 왔음 본문

잡담

<탑건: 매버릭> 보고 왔음

김치맛보드카 2022. 7. 1. 21:20

초딩 시절 나의 장래희망은 전투기 조종사였다.

고등학생 때는 행여나 기계화 보병으로 입대해 장갑차나 보병전투차를 타거나, 전차병이 되는 상상도 해보았다.

물론 나의 신체 상태를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망상에 불과한 이야기였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총기, 전차, 전투기를 비롯한 밀리터리 장비는 지금도 내 마음을 사로잡아 워썬더나 헬 렛 루즈, 에이스 컴뱃 등의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플레이하게 만들며, 씹덕물과 IT 관련 기기, 게임에 이어 나의 취미이자 관심사 중 하나다.

유치하다고 생각될 지 모르겠으나, 이쪽도 파면 팔 수록 영어는 물론 러시아어나 독일어, 기타 다른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며(당연히 해당 장비나 전술 등의 교범은 개발국의 언어로 작성되었으므로.), 번역기의 도움 덕분에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한다지만 기본적인 문자 및 단어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유용하다(덕분에 키릴 문자 정도는 자연스레 외워지더라.).

이론 쪽으로 가면 각종 전문 용어는 물론 수학 공식 등 머리에 김나도록 용을 써도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나무위키만 켜도 나오는 단순 스펙과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서술만 줄줄 외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나는 탑건 매버릭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상당히 기대감에 들떠 있었고, 개봉이 연기되자 화가 나기까지 했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밀리터리 영화라니, 2014년에 <퓨리>를 극장에서 본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원래는 개봉일에 맞추어 보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좀 지나서 사람이 빠지면 보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 조금 미루다가 마침 날씨도 좋고 해서 오늘 관람하게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일반 2D석과 비교해 4DX 쪽에 압도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더라.

그나마 금요일도 평일은 평일인지, 그런대로 괜찮은 자리가 남았길래 오전에 예매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실제로 관람하고 나니까 왜 다들 그토록 4DX에 몰렸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스크린 속에서 도그 파이트 모의전을 벌이는 슈퍼 호넷이 등장하면, 앉아있던 좌석도 그에 맞춰 진동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고는 했다(에어컨이 필요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은 덤. 수시로 나와서 조금 추울 정도였다.).

몇몇 장면에서는 실제로 콕핏에 앉아 있는 기분도 아쉽게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중간에 잠깐 요트 항해 장면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물도 뿌려주더라.

초반부터 꽤 오랫동안 보여주는 함재기의 발함 및 착함 씬도 본작이 (해군)전투기 영화라는 것을 제대로 각인시켜주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출기에 연결된 F-18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쏘아보내지는 장면도, 어레스팅 후크를 내리고 함미에 착함하는 장면도 진동과 바람이 적절히 섞여 실제 비행 갑판 요원이 된 기분이었다.

주인공 매버릭과 그의 옛 동료들이 만나 전작의 젊고 활기 넘쳤던 시절처럼 대화를 나누거나, 동료들과 찍었던 그 시절의 사진,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전작의 OST도 오리지널 <탑건>을 미리 봐두어서인지 묘한 향수가 느껴졌다.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관람하실 분이라면 유튜브 등에서 VOD로나마 미리 보고 가는 것을 권장한다(불법 다운로드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하더라도 어디 가서 자랑할 게 못 되니 어차피 몇천 원 수준인 거 최소한 영화와 제작진, 배우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냥 돈 내고 보자.).

원작을 안 보면 본작에서의 오마주는 물론, 과거 회상으로 보여준다지만 매버릭과 루스터의 갈등으로 하여금 느끼게 되는 착잡함과 안타까움, 최후반에 무사히 귀환했을 때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이후로 다시 톰 옹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분도 거의 없을 것이다.

비록 탑건 시리즈는 본작으로 막을 내렸지만, 미션 임파서블 후속작에 꼭 출연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쨌거나, 관람할 거라면 좀 비싸더라도 되도록이면 4DX 상영관에서 보는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IMAX로는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못 하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