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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PSP와의 추억

김치맛보드카 2022. 6. 18. 07:25

PSP.

이제는 어디서 들을 일도 없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이름이다.

중학교 때 패키지 게임과 플레이스테이션을 알게 되면서 나 또한 PSP나 PSV(비타)가 가지고 싶었다.

물론 그리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과 보수적인 부모님을 둔 나에게는 꿈 같은 얘기였다.

그나마 고1 때(2014년이었을 거임) 추석 용돈을 나름 넉넉하게 받은 덕분에 단돈 5만원에 저걸 업어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유독 3005번대를 2배는 더 비싸게 팔았었다.

이미 비타가 출시된 지 오래였는데도 말이다.

아마 비타에 비해 커펌이 쉽고 PSP 중에서는 가장 최신 모델인만큼 중고가 방어가 꽤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걸 사기에는 예산이 부족했으니 1005번이 답이었고, 결국 직거래로 가져 왔는데, 흠집이 꽤 있는 거야 감안을 하겠으나 아날로그 스틱에 쏠림 현상이 있더라.

판매글에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고, 추후 물어보니까 걍 모른다고 회피.

나랑 비슷한 나이대던데... 아는데 일부러 언급 안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기분이 뭐같았음.

스틱 쏠림은 한 번 생기면 수리가 불가능한 거라, 나중에 국전가서 교체했는데도 금방 재발했으니 골 아프긴 했다.

본체 위의 저 메모리 스틱 듀오는 당시 동네 지하상가에서 딱 만원주고 샀었던 거임.

아마 기본으로 메모리 스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GB였나, 용량이 좀 부족하다 싶어서 새로 샀다.

상태도 깔끔하고 소니 특유의 독자 규격을 상징하는 물건이라 저것만큼은 계속 소장하고 싶다.

결국 그 독자 규격이 비타에서 발목을 잡았으니, 이상한 고집은 적당히 부렸어야지.

상태가 좋다고는 못 하지만, 커펌해서 이런저런 롬도 돌리고 에뮬로도 써먹어봤으니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한다.

에이스 컴뱃 X, 더 서드 버스데이, 사이폰 필터 등등 진짜 아는 사람 아니면 모를 수작들이 많았었는데.

2005년에 생산된 기기를 2016년까지 굴렸었으니, PSP가 진짜 명기는 명기인가 보다.

 

그런 경험도 대학생이 되고 게이밍 노트북을 사면서 막을 내렸다.

재미있는 타이틀이 많았다고는 해도, 결국 구형 기기일 뿐이라 그래픽이나 볼륨 면에서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고사양 게임을 추구하기 시작한 나에게는 너무나 낡은 것이었다.

기기 자체의 하자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게 되는 이유였고.

진짜 이 때 데인 것 때문에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전자 기기는 중고로 안 사려고 함.

지금같았으면 끝까지 따지던가 정식으로 사기 신고를 넣던가 할 테지만, 그 때의 나는 너무나 간절했고, 순진했었다.

PS 비타가 단종된 지도 5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이제는 비타에 눈길이 간다.

사실 PSP 구매 당시에도 비타를 사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고.

물론 정식 지원도 끝났고, 중고 매물뿐인 지금에 와서 굳이 사야하나 싶기는 하다(한우리에는 이미 매물이 없을 것 같고.).

애초에 흥행을 이끌어줄 타이틀이 손에 꼽히도록 적었으니 금방 몰락한 것이므로, 기기를 업어와도 할 게임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그 아쉬움이 되살아나 괜찮은 매물이 있나 한참을 찾아보게 만든다.

다른 건 몰라도 '킬존 머시너리' 이건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면 고딩 때는 여러가지 콘솔을 접해볼 기회가 많았다.

친구 집에는 레드링 방지 + HDD 개조가 된 엑박 360이 있었고, 동네 플스방에 가서 GTA 5나 갓 오브 워 3를 했었다.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을 안 한 지도 수 년이 되어가고, 그 플스방은 화재 때문에 반강제로 문을 닫게 되었지만.

마침 학교 가는 길에 그 건물이 있어서 자주 보게 되는데, 지금은 흔하디흔한 노래방이 되었더라.

나름 추억의 장소였는데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인가, 때로는 그 당시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고사양 게임을 할 수도, 애니 스트리밍 사이트나 전자책 어플에서 씹덕 애니와 라노벨을 마음껏 볼 수도 없었지만, 반대로 게임을 하거나 애니를 본다는 즐거움 자체는 더 컸었던 것 같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보면 나도 슬슬 틀딱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뭐 했다고 벌써 반오십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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