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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지금은 써 본 사람들만 기억할 갤럭시 지오

김치맛보드카 2022. 5. 13. 15:04

대학생이 된 현재, 이걸 엑스페리아 1 마크 III로 촬영하면서 약간은 감개무량한 마음이 들더라. 

 

갤럭시 지오를 처음 써보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생일 선물로 받았을 때다. 

당시에는 스마트폰 초창기라 피쳐폰을 쓰는 사람들도 많았음을 생각하면 나름 앞서나간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확실히 처음 며칠 동안은 좋았다.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로 컴퓨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나에게 언제 어디서든 느리게나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

처음으로 네이버 웹툰도 보고,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도 찾아보며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었다.

아스팔트라는 레이싱 게임, 마인크래프트,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등...

그리고 나서 결국 깨달은 게 있다면, 결국 이 갤럭시 지오라는 스마트폰으로는 그것들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HVGA라는 해상도와 384MB 램, 512MB 내장 메모리, 퀄컴 MSM 7227 칩셋으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우선은 해상도와 칩셋이 문제였는데, 당시 유행했던 아스팔트나 모던 컴뱃, 마인크래프트같은 고사양 게임들은 적어도 WVGA 해상도는 되어야 구동이 되었다. 

CPU 클럭이 800MHz면 갤럭시 S가 현역이던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좋아 보이지만, ARMv7 아키텍쳐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을 부동소수점 연산이 안 되는 보급형 ARMv6 칩셋으로는 구동할 수 없었다. 

몇몇은 그런 보급형 사양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개조한 버전을 구해다가 느리게나마 돌려보기도 했지만(그래서인지 게임 이름 + HVGA, ARMv6 이런 검색어가 유행(?)했었다.), 성능 자체가 다르니 대부분 제대로 플레이하기 힘들거나 아에 튕겨버렸다. 

512MB의 내장 메모리도 실제로는 100MB 대 조차 될까 말까라 SD 카드와 내장 메모리에 설치된 어플을 외장 메모리로 옮겨주는 어플은 필수였다. 

사양이 이러하니 OS 업그레이드도 2.3.6 진저브레드에서 끝났고.

지금이야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져서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도 구동 성능의 차이는 날지언정, 아예 플레이조차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때는 그야말로 플래그십이 아니면 게임하기도 힘든 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이 녀석에 크게 데인 나는 아직도 플래그십 아니면 안 산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서브컬처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도 이 때가 기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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