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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오브 아너(1999)를 해보았다

김치맛보드카 2023. 9. 26. 09:25

지금이야 사실상 다 몰락해버린 시리즈라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예전에는 꽤나 유명했던 프랜차이즈다.

물론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어려웠던 필자가 그 인기를 체감할 기회는 없었으므로 그냥 이랬었다 하는 말이지만.

다만 시리즈 최고 흥행작인 '얼라이드 어썰트(2002)' 정도는 몇 년 전에 오리진으로 구입하여 재미있게 했었음.

마지막 미션에서는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라 그 제한된 시야를 표현하는 것도 당시로서는 신선했을 듯하다.

그 외에도 리부트작 또한 잠깐 해보았으나 사실상 배틀필드와 별 다를 바 없는 게임성 때문인지(엔진도 프로스트바이트다.) 해당 시리즈만의 색이 굉장히 옅어진 느씸이었고 중간에 하차했음.

1999년작인 '메달 오브 아너'는 시리즈의 처녀작으로서 플랫폼인 PS1의 하드웨어 한계 상 그래픽 자체는 별로다.

그나마도 에뮬레이터를 통한 어느 정도의 해상도 보정이 들어가서 이 정도인 거고.

대신 사양 자체가 낮은 만큼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미 수 년 전부터 원활한 구동이 가능했었다는 장점도 있긴 하다.

조작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본 기기에서는 아날로그 스틱이 없어(PS2 컨트롤러에서부터 아날로그 스틱이 생겼다.) 위/아래 십자키로 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좌/우 십자키가 시선 돌리기에 할당이 되어 있어 영 불편하다.

R2 트리거를 누른 채 십자키를 조작하는 것으로 좀 더 자유로운 시선 이동이 가능하며 조준도 이렇게 한다.

다시 말해 R2를 눌러야 조준 크로스헤어가 뜨고, 이 상태일 때만 조준이 가능하니 일일이 수동 조준을 해야 한다는 뜻.

당연히 이동하면서 사격하는 건 불가능하고 시대가 시대인만큼 아직 정조준도 지원하지 않는다.

보통 PS3/XB360 출시 이후에 발매된 FPS에는 거진 패시브로 존재하는 자동 조준 보정 따위 여기에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애초에 적 인공지능 자체도 단순한 데다 탁 트인 공간이 없다시피 해서 조준하는 데에 그다지 어려울 건 없다.

선형식 진행 방식이라 그냥 골목길 따라 가듯 이동하면서 눈 앞에 튀어나오는 애들만 쏴주면 된다.

PS1 성능 한계 상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지형지물이 안 보이지만 적 병사는 나름 뚜렷하게 보이더라.

시체가 남아 있으면 그만큼 연산 자원을 더 먹기 때문에 사살한 병사는 곧바로 증발한다.

이건 뭐 본작 뿐만이 아니라 이 시절 게임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었던 특징이니...

총기 사격음도 그런대로 찰지게 묘사해서 최소한 콜옵 WWII에서의 근본 없는 딱총 소리 수준은 절대 아니다.

적 병사의 경우 기본으로 주어지는 M1 개런드 소총 기준으로 머리를 맞으면 즉사, 나머지는 2, 3발 정도 쏴야 사살할 수 있는데 맞은 부위에 따라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기어가며 발악을 하는 등 상당히 디테일하다.

다만 헤드샷 맞히기가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라서 되도록 머리를 노리는 편이 탄약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대충 십자선 안에만 넣어도 십중팔구 머리에 꽂히기는 하나 철모를 쓴 경우에는 한 발 더 쏴야 죽음.

 

주인공이 OSS의 비밀 첩보 요원이라는 설정을 살려 나치 장교로 위장하는 미션도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한다.

주요 구역마다 검문을 하는 병사가 있고 이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이 경우 장교 신분증이 키 아이템으로 작용하며, 다른 구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신분증을 얻어야 한다.

당연하지만 그걸 습득하기 위한 주된 방법은 다른 장교를 사살하는 것.

일반 병사들이야 신분증만 제 때 보여주면 그걸로 볼 일 끝이지만(해당 구역에 출입할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돌아간다면 아무 일 없다.) 장교의 경우 신분증이고 뭐고 플레이어의 위장을 의심하므로 어차피 죽이는 편이 편하다.

한 번 경보가 울리면 경보음 소리도 짜증나지만 잡졸들을 추가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성가신 일이 되고 만다.

상황에 따라 주변에 다른 잡졸들도 있는 경우에는 최대한 피해서 진행하는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미션에서는 소음기가 부착된 발터 PPK를 사용하게 되는데 한 번에 상대해야 하는 적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다른 무기를 얻고 나서도 총알을 아끼기 위해 자주 쓰게 된다.

 

미션 진행에 있어 최종적인 목표는 나치의 각종 신무기와 시설들을 사보타주하여 전쟁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

실제로는 미국이 참전함으로서 연합국 측이 압도적인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과 소련에서 끊임없이 병력을 소모하면서 점차 자신들을 갉아먹고 있었으니 어쨌든간에 패배는 확정된 것이었지만서도. 

단순히 파괴만 하는 건 아니고 그 과정에서 해당 병기에 대한 문서들도 함께 입수하게 된다.

사실 뭐 본작 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다루는 대다수의 슈터 게임이라면 연식을 따지지 않고 적어도 한 번쯤은 유보트라던가 V2 같은 것들과 엮여 그것들을 파괴하는 미션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서도.

따지고 보면 본작이 선구자로서 그 후대 게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점이기도 하다.

당시 하드웨어의 한계 상 직접 전선에서 총질하며 전투하는 것은 묘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크고.

가장 답답했던 점이라면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배경이나 오브젝트가 렌더링이 되지 않고 검은 공백으로 표시된다는 점인데, 주로 야간이 배경인 것 또한 기기 하드웨어의 처리 성능 한계를 최대한 커버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렇다보니 종종 시야 밖에서 총탄이 날아와 적이 표시되는 거리까지 접근해야 하는 웃픈 일도 발생한다.

따라서 스코프 달린 저격 소총이 있지만 장거리 저격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는 셈...

 

후속작인 '메달 오브 아너: 프론트라인'도 잠깐 해보았는데 역시 기기 성능이 많이 좋아진 덕분에 PS2 초창기 타이틀임에도 본작과 비교하면 월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그래픽 차이를 보여준다.

PC판인 얼라이드 어썰트와 동시기의 물건으로 제작사만 다른 작품인데(배급은 둘 다 EA), UI의 경우 PS1 시절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한 수준이라 탄창의 장탄수를 직접 총알로 표시해주던 얼라이드 어썰트에 비하면 심심하다.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된 만큼 드디어 아군 병력들과 같이 이동하며 좀 더 규모 있는 전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플레이어 캐릭 혼자서 무쌍 찍으며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얼라이드 어썰트와 마찬가지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묘사했는데, 암만 그래도 실제처럼 수많은 병력들을 한 화면에 표현하기에는 아직 하드웨어 성능이 완전하지 않아 실제로 해보면 좀 심심한 느낌이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모바일 환경에서 구동하였는데 실제 플레이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프레임을 뽑아준다는 점에서 모바일 하드웨어와 에뮬레이터도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PSP 에뮬조차 프레임 드랍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 참 빠르다.

 

다시 게임 얘기로 되돌아와보자면, 솔직히 PC판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딱 얼라이드 어썰드'만' 좋았다고 생각함.

'퍼시픽 어썰트'는 아직 제대로 안 해봐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고.

주로 PS 진영으로 발매된 게임이기도 하지만 '에어본'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기대를 하고 구매해서인지 막상 플레이해보니 이러저리 목표 찾아 돌아다니는 길찾기 게임이 되어버려서 반복 플레이에 지쳐 금방 접어버렸다.

그래픽은 당시 기준은 물론, 지금 와서 보기에도 괜찮은 수준이고 직접 강하 포인트 지정해서 낙하하는 것도 처음에는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몇 번 해보니 그냥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리부트작(2010)의 경우에는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이게 배틀필드 + 콜옵인지 메달 오브 아너인지 싶었고.

사실적인 묘사와는 별개로 굳이 여태껏 유지해오던 2차 대전 배경을 버리고 현대전으로 바꿨어야 했나 의문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근작인 '어보브 앤 비욘드'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VR 기기를 하나 장만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기대를 품었으나, 처참하게 망하는 걸 보고는 아직 VR 기기 구입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후속작 발매 여부가 불투명해진 건 덤이고.

배틀필드고 콜옵이고 요즘 와서는 죄다 죽만 쑤고 있는 상황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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