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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해 봄

김치맛보드카 2023. 1. 28. 12:18

중학교 시절 그 낡은 매직스테이션에서 원작 게임을 접해본 이후,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내 인생에 있어 정말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임들 중 하나였다.

이후 소설판과 애니메이션 외전까지 보는 등 특유의 암울한 세계관과 SF 요소들에도 관심을 가졌었고.

따라서 이번 리메이크는 근래 들어 필자가 가장 기대했던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원작자들이 제작에 참여했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처참하게 망하면서 데슾 리메이크까지 같은 노선을 타면 어쩌나 싶었으나, 다행히 각종 웹진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리즈 자체의 부활까지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원작에서 주인공 아이작은 엔딩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여기에서는 자신의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임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당시에야 과묵한 주인공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겠지만(비용이나 용량 면에서도 유리하고.) 이후에 발매된 속편들에서도 그렇고 이제는 아이작 클라크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확립된 상태라 이 편이 훨씬 낫고 자연스럽다. 

 

USG 이시무라.

아이작에게 있어서는 모든 일의 발단이 된 우주선이며, 속편에서도 등장해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소설판 '데드 스페이스: 순교자'에서 함명의 근간이 된 인물인 히데키 이시무라라는 연구원이 등장하는데, 정말로 잠깐 스쳐가는 수준으로만 등장하기 때문에 별다른 설정이나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원작에서는 켄드라가 직접 아이작의 RIG를 동기화했으나 리메이크에서는 이시무라 함 자체 컴퓨터가 그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시스템에 동기화해준다.

조연이지만 상당한 비중을 자랑하는 제이콥 템플이라는 인물이 컴퓨터를 통해 언급되는데, 다름아닌 그가 본함의 엔지니어링 관련 책임자이기 때문으로 원래대로라면 그에게서 스테이시스 및 키네시스 모듈을 제공받았어야 했다. 

 

아이작의 대화 비중이 크게 올라간만큼, 이 부분도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해먼드가 대신 말했었으나 군인인 해먼드보다 엔지니어인 아이작이 이 분야에 훨씬 밝을 것이므로.

대부분의 구획이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것을 보아 사실상 조명만 들어올 뿐 채굴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 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편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으로 보게 되는 갑툭튀(점프 스케어).

다들 아시다시피 그냥 연출일 뿐, 다음 순간 도로 닫히는 문에 말 그대로 분해되어 아이작을 공격하지 못 한다.

원작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했을 터이니 공포감은 덜하겠지만. 

 

시리즈의 상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즈마 커터를 입수하는 장면.

컷신이기는 하나 분해되어 있던 것을 이리저리 조립하여 작동시키는 게 상당히 간지난다.

이런 컷신 연출의 도입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는 좀 더 영화같아서 괜찮다고 생각함.

 

리메이크 되었으나 일단은 시리즈의 첫 타이틀이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극초반부인 만큼 갑작스럽게 일어난 불상사에 대해 일행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런 와중에 '그것들'이 본래는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봤으니 당혹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세이브 스테이션.

원작의 투박한 느낌을 살리면서 디테일적인 면에서도 크게 일신된 괜찮은 디자인같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자동 저장이 아니라는 것에 걱정할 필요는 없음.

 

작중에서도 수시로 언급되며 이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지만, 아이작과 해먼드의 대화를 통해 다시금 강조된다.

이 방법이 정말로 '그것들(네크로모프)'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움직임만 봉쇄하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해먼드의 대사가 정말로 의미심장하다. 

 

플라즈마 커터의 플라즈마 에너지는 선 모양으로 발사되며, 따라서 신체 부위에 따라 사격 모드를 바꾸어야 한다.

가령 다리를 자를 때는 스샷처럼 수평 방향으로, 팔을 자를 때는 수직 방향인 식으로.

가장 처음에 얻게 되는 장비지만 이후로도 쓸모가 많기 때문에 플라즈마 커터를 주력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진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죽은 척을 하고 있는 개체들도 하나씩 등장한다.

정말로 무력화된 것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사지가 멀쩡히 붙어있다는 것과 상태가 비교적 깨끗하다는 것.

가까이 다가가면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공격해오기 때문에 멀리에서 쏴버리는 게 낫다. 

 

리메이크에서 새로 추가된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이 회로 차단기다.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회로들은 조명부터 시작해서 생명 유지 장치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생존이나 임무 진행에 있어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것들이다.

플레이어는 이들 중 그나마 우선 순위가 가장 낮은 것을 희생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의 진행 방식도 달라진다.

 

당장 조명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구간이 암흑 천지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작이 휴대하는 공구에도 조명은 있으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라 넓은 공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멀리에서 오는 네크로모프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지며 심리적 압박감이 증가하게 된다.

 

USG 켈리온.

사실상 추락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선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시야에 들어온 부분은 승무원 구획이며, 뒤쪽으로 추진부가 길게 뻗어있다.

 

원작과 비교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텍스트 로그들이 전부 번역되어 있다는 점이다.

분량이 긴 것도 많고 입수하게 되는 로그의 수도 상당히 많아 일일이 직접 번역하려면 그 자체로도 일이다.

인트로에서 미리 해먼드가 조사를 한 것에 대하여(사설 탐정 내지는 지구 정부 측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 듯.)  켄드라가 불만을 표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며, 그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는 한다.

어차피 정부 요원이라 로그에서처럼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있겠지만. 

 

싱귤래리티 코어(특이점 코어)는 데드 스페이스 세계관에서 초광속 항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아이작 일행이 자가용 수준의 우주선만으로 이시무라에 온 것도 이것 덕분.

이시무라 호의 컴퓨터가 여성 목소리라면 켈리온 호의 컴퓨터는 남성 목소리다.

후에 등장할 군 우주선인 USM 밸러의 컴퓨터 또한 원작 기준 남성 목소리인데 아무래도 단순히 우주선의 용도에 따라 컴퓨터의 음성이 다른 것은 아닌 모양이다.

 

중간중간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갱신되는 아이작의 개인 일지를 볼 수 있다.

원작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심정을 파악할 유일한 수단이었고, 리메이크에서도 여전히 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과묵한 캐릭터로서의 컨셉을 유지하기 때문에 음성으로 일지를 남기는 것은 그다지 취향이 아닌 듯.

 

필요없는 아이템을 판매하니 레벨 2 슈트를 구매할 크레딧이 모였다.

슈트들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원작의 것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디테일도 그렇고 좀 더 그럴싸하게 바뀌었다.

2편의 간지나는 슈트들이 그립기는 하지만 디자인보다 기능성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 

 

오리지널 1편에서는 트램에 탑승하여 각 구획을 이동하다보니 자연스레 각 챕터별로 시작과 끝이 명확했으나, 발전된 기술에 힘입어 로딩 없이 전체 맵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진행 방식도 조금 달라지게 되었다.

로딩이나 끊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니 마치 2편처럼 자막을 통해서만 다음 챕터로 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매 전 공개된 게임 플레이에서처럼, 대부분의 무기는 상점에서 구입하지 않고도 입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 무기인 플라즈마 커터야 원작에서도 진행 중 자동으로 얻을 수 있었지만, 리메이크에서는 펄스 라이플도 사망한 보안 요원의 것을 가져다 쓰게 되기 때문이다(원래는 구입해야 했음.). 

 

외형이 조금씩 변경되면서 오리지널의 펄스 라이플보다 좀 더 총기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데미지 자체는 원작보다 너프를 먹었으나 경직 효과는 그대로고, 명중 시 폭발 이펙트가 생긴다.

탄종이 고폭탄이거나 그와 유사한 효과를 가진 특수 탄환을 사용하는 듯.

2차 발사가 사방으로 탄환을 흩뿌리던 원작에 비해 2편처럼 유탄(근접 지뢰)으로 바뀐 것도 마음에 든다. 

 

더이상 트램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인지 우선은 다른 루트를 통해 걷거나 우주 유영으로 해당 구역까지 이동한 다음 임무를 진행하면서 그곳에 있는 트램 정거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되었다.

광부들이나 엔지니어 등 전문 인력들만을 수송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작과 마찬가지로 매우 투박한 모습이다.

일반 시민들도 거주하는 타이탄 정거장의 경우에는 현실의 여객 열차와 아주 흡사하고. 

 

미리 공개된 개발 관련 영상에서처럼, 함 외부의 우주공간을 통해서도 다른 구역에 접근할 수 있다.

비행 갑판을 통해 우주로 나간 뒤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엔지니어링 구역으로 가게 된다.

이시무라 호의 모습을 다방면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역시 트램이 가장 편하긴 하다.

나중에 ADS 캐논을 조작하기 위해 다시 나가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데,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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