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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메리 크리스마스

김치맛보드카 2022. 12. 25. 12:28

출처 - https://www.pixiv.net/artworks/103767484

사실 요즘 들어서는 설날이니, 명절이니, 크리스마스니 해도 그렇게 큰 감흥은 없다.

당장 내 생일부터가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에나 용돈 내지는 선물을 받으니 자연스레 기대도 하게 되었던 거지, 지금은 그런 걸 기대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기도 하고 오히려 내가 챙겨줘야 할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의 협소한 인간 관계 덕분에 그러한 명절 내지 기념일에도 나 자신을 위한 지출 외에는 크게 돈 쓸 데가 별로 없다는 것도 일단은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

여자 친구와 같이 백화점도 가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방 잡아서 뜨거운 밤을 보내는 그런 '인싸'의 삶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나로서는 부럽다기보단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가장 큰 까닭일지도 모른다.

성격 상 남들과 어울리는 것부터가 피곤하고 그러다보니 딱히 연애에도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음.

타인의 기분을 맞춰 주거나 눈치껏 센스있게 행동하는 건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애초에 페미니 뭐니 성별 갈등 크게 터진 뒤로는 걍 연애, 결혼 이런 거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느니 나 혼자 즐기며 살고 싶고.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아내 허락 받고 게임기를 샀느니, 몰래 조립컴 맞추었다가 들켜서 난리가 났다느니 하는 글들을 보면 굳이 저렇게 자신의 자유를 제한받으면서까지 결혼 하고 싶진 않음.

물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가져야겠으나, 10만원 남짓한 용돈을 모아 수십만원 짜리 게임기조차 눈치를 보며 사야 한다면 차라리 '도태남' 하고 말련다(그 '도태남' 타령하시는 분들은 결혼이 가능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못 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그냥 그 자체에 굳이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다는 말임.

어차피 나 자신이 자연스레 눈 맞아서 연애할 그런 개연성을 갖춘 수준이 아니란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뭐, 결혼해서 행복할 수도 있겠지.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부각만 안 되었지 많이 있을 거고.

근데 그게 내 얘기일 것 같지는 않다.

그걸 굳이 확인해보는 건 더더욱 하고 싶지 않음.

 

여하튼 올해도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느낌이다.

최선을 다했느냐면 그건 명백히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지를 택하고자 했다.

그게 전부 좋게만 끝나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이득을 보았으니 아주 실패한 것만은 아니리라.

이 정도면 적어도 평타는 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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